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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가 힘들고 삶이 힘들면 잠시 쉬었다 가세요

산다람지 2024. 10. 1. 11:36

어른은 나이만 먹는다고 해서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삶의 고비고비마다 몸과 마음을 담금질하며 끊임없이 단련해 나가야 하고 그래야 어른의 자리를 제대로 지탱할 수 있다.

그래서 어른 노릇하기가 참 어렵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복잡하고 어려운 일,
중요하게 결정해야 할 일이 있을 때면
보따리 하나 둘러메고 산으로,
바다로 훌쩍 떠나세요.

법정 스님은
[버리고 떠나기]라는 수필집에서 우리 인간이 세속적인 욕심을 버리고 더 높은 곳을 향해 늘 떠나는 자세로 살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고 계신다

경주 남산을 오르다보면 산 중턱에 동쪽을 향해 고고히 자리 잡고 있는 믿음직한 큰 바위가 하나 있다.

그 넓적한 바위에 드러누워 하늘을 보면 세상 근심과 고민이 모두 도망가 버리고,

몸이 하늘로 붕붕 뜨는 것 같아 "아! 참 잘 왔구나"를 연발하게 된다.

봄날에 그 바위는 따스한 햇살로 온기마저 느낄 수 있는데,

그럴 때면 혹시 바위의 심장 소리마저 들을 수 있을 것 같아 바위에 귀를 바짝 대어 보기도 한다.

경주 남산 정상을 뒤돌아 남쪽 길로 텔레텔레 내려가다 보면 왼쪽 비탈에 바위 덩어리가 붙어 있다.

주먹으로 세게 내려치면 바위가 일시에 바스라져 좌르르 무너져 내린다.
그 옛날 그렇게 단단하고 강했던 바위가 오랜 세월 속에서 숱한 비바람과 눈비를 맞아가며 얼기와 녹기를 수없이 되풀이하다가
이제는 그 생명을 다하여 흙으로 돌아가는 중인 것이다.

그렇게 소리내며 바스라지는 바위의 마지막 잔해를 보고 있노라면
그것이 바로 우리네 인간의 마지막 모습인 양 느껴진다.

평생토록 애간장 다 녹이며 울고 웃다가,

사랑하고 그리워하다가 끝내는 생명이 다해 바스러지고 마는 우리네 모습이다.

그래서 그 바위 부스러기를 보듬으며 두 손으로 쓰다듬고 볼로 부비다 결국 눈물을 글썽거렸다.

이광수의 소설 [유정]에서 주인공은 사랑의 갈등과 현실적인 제약으로 마음이 흔들리고 괴로울 때마다 마음속으로 산과 바위를 여러 번 외쳤다.

산과 바위처럼 인내하고 흔들리지 않으며 강한 마음을 갖자는 자기 암시였다.

인간의 삶은 결코 순탄하지 않다.
삶의 고비고비마다 천길 낭떠러지와 같은 위기가 있고,
넘어야 할 태산 같은 어려움들이 도사리고 있다.

어떤 때는 그러한 삶의 위기와 고난들이 파도처럼 쉴 사이 없이 몰려오고 폭풍우처럼 격렬하게 소용돌이치기도 한다.

너 나 없이 힘든 삶을 살지만 그것이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아픔과 어려움에 비례해 살지만 그것이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아픔과 어려움에 비례해 큰 보람도 있을 거라고,

그러한 변화무쌍한 삶이 우리의 인생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자신의 삶을 고통의 연속으로,
아니면 흥미와 호기심,
보람의 연속으로 이해하는 것은 자신이 생각하기 나름인 것이다.
나이를 더해 갈수록 생각은 복잡해지고 태산 같은 어려운 일들이 도사리고 있다.

공자님은 인생 40이면 어떠한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는 '불혹' 이라 하셨지만,

오히려 온갖 유혹은 더욱 거세어져 흔들림 없이 지탱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삶 속에서 지치고 좌절해 갈등할 때,
버리고 떠나는 길이 다시 채워서 돌아오는 길이 된다.

그래서 만사 제치고 산으로, 바다로 떠나는 것이 때로는 필요한 것 같다.

남산 바위 꼭대기의 작은 소나무 같은, 흔들림 없는 산과 바위와 같은,
또한 인고의 세월을 보낸 흙과 같은 삶의 의미와 정신을 배우고 꽉 채워서 돌아올 수 있다.

주눅들지 말고 산 꼭대기에 올라
"운명아! 비켜라! 내가 간다!"고 외치며
보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삶을 살아가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의 사랑하는 자녀도 그러한 배짱과 두둑한 삶의 자세로 미래를 살아갈 필요가 있다.

지나온 삶, 그것은 오늘의 우리 역사이고 현재의 씨앗이다.
그것은 얽매일 수도, 버릴 수도 없는 지난날의 값진 교훈이다.
오늘은 바로 미래의 씨앗이고,
미래는 우리의 선택에 의해서 여러 모습으로 만들어져 갈 것이다.
사십 대와 오십 대의 경계선에 선 소년,
힘든 일로 머리가 복잡하다.
꿈에 그리던 박사 되고 교수 되면 이제 고생 끝, 행복 시작일 줄 알았는데,
행복은 잠시 또 다른 고통과 어려움이 시작되고 있다.
내가 스스로 그어놓은 선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맴돌고 있다.
벗어나야 한다.
버려야 한다.
무주 구천동으로,
고창 선운사로,
청도 운문사로 떠난다.
그곳에서 산소리, 바람소리, 계곡 물소리 들으며 또다시 몸과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이것이 인생인가?
나는 지금부터 행복하기로 했다.

나는 나에게 그렇게 선언했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