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열고 나오느라 아침 끼니조차 잊고 나온 시장 사람들의 허기를 달래 주기 위해
할머니는 꼭두새벽부터 나오신다
"할매요…
벼락국수 두 그릇만 주세요…."
"여기는 벼락국수 세 그릇이요"
상점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오늘도 어김없이 욕부터 나오는데요
"이 시불알놈들아…
주민등록증 대신 골다공증 나온
이 늙은이를 부려 먹고 싶나"
"아임미더 할매요
제가 받으러 나갈게예"
좁다란 리어카를 둘러싼 사람들이
올망졸망하게 붙어 바쁜 일상을 시작하기 위해 벼락같이 먹고 가는 모습을 흐뭇한 미소로 굽어보고 있던 할머니에게
"어제는 와 안오셨심미꺼
배고파 죽는줄 았았심더"
"이놈의 몸뚱아리가 고장이 나뿟다"
"지는 마 할매가 말아주는 국수가
최고 맛있심더"
"문디 지랄을한다 ...
저놈이 내 죽어 뫼똥에 와서도
국수 끓여달랄 놈이네 그려…."
"할매요..
깍두기도 좀 더 주이소"
"지는 물 좀 주이소"
"지랄을 돌림노래로 한다
그 옆에 있으니까네 너거가 퍼무라"
시장 사람들은
욕 한바가지 까지 먹고 나도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하며
돈도 알아서
돈통에 척척 넣어주질 않나
먹은 것도
설거지통에 척척 넣어주고 가는
딴 곳에서 보기 힘든 풍경이
사라져 갈 즈음
새벽 신문을 배달하는
소년의 발걸음을 멈춰 세운 할머니는
"요 온나..
벼락국수 한 그릇 퍼떡 먹고 가라"
하루 일당 벌로가는 사람들이 모여든 틈으로 벼락국수 한 그릇을 내밀어 주는 할머니에게
"잘 먹겠습니다"
"그래 그래….
젊은 날 고생은 훗날 보면
다 밑천이 되는 기다"
"예 할머니…."
할머니는
하나 둘 새벽을 달려나간 사람들의
빈자리를 채우러 나온
환경미화원 할아버지를 불러 세우더니
"요 와서 뜨신 국물에
국수 한 젓가락하고 가이소"
번번이 얻어먹는 게 미안해서인지
바쁜 척 다시 길을 나서려는 할아버지에게
"팔다 남은 거 버릴 수도 없고 우야노"
그말에
슬며시 가던 걸음을 멈추고
포차 앞으로 걸어오는 할아버지에게
두 그릇 같은 한 그릇으로 담아
내어준 할머니는
오늘 할 일을 다한 햇님처럼
웃고 계셨습니다
"요 와서 얼른 벼락국수 하나 먹고
가이소"
살뜰히 챙겨주는 할머니의 온정에
후다닥 벼락국수를 먹고 간 자리에
땡볕에 금 간 주름을 지우러
밤 별들을 지팡이 삼아 폐지를
주우러 나온 할머니에게
"할매요.. 요들어와서 벼락국수 한 그릇 뚝딱하고 가이소"
"번번이 미안해서리..."
"많이 잡숫고 기운 내이소
오지 않는 자식들 생각하며 몸 축내지
마시고 건강한 게 사는 게 알고보면
자식들 뒷바라지 하는 거 아인미꺼 "
얼마 후
깊어지는 어둠을 따라 팔다남은 연탄을 실을 낡은 고물 트럭을 끌고 나타난 노인에게 낡은 수첩 안에 든
돈을 건네준 할머니는
"오늘 많이 힘들었지요?"
"평생을 해온 일인데요. 뭐"
"고생 많으셨는데
벼락국수 한 그릇 하이소"
"그나저나 올해는 살기가 퍽퍽해
추운 겨울을 다들 어찌 날려나 걱정했는데…."
찬 바람이 부는
계절의 언덕을 오르내리며
연탄 오백 장을 달동네 사람들 집집마다 나누어 주고 온 노인이
"올해도 좋은 일 하셨네요
벼락국수 할머닌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같구먼유"
"나눔이 아디 착한 사람만 하는 김미꺼 아무나 하면 돼지…."
"사람들이 누가 주는 거냐며 어찌나
꼬치꼬치 묻는지 얼버무리느라 혼났습니다"
할머니는 국수를 팔아서 가난한 달동네사람들에게 연탄을 배달시켜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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