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숙종이 암행을 나갔을 때의 일이다.
충청도 충주 어느 마을을 지나는데
다리 밑의 거적대기 움막에 사는 아버지와 아들이 이(蝨)를 잡고 있었다.
아들이 “왕이가 잡혔어요”하고 말하자
아버지가 “그래도 임금이 아니냐, 살려주거라!”라고 말했다.
숙종은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에 관심이 쏠려 움막 안으로 들어갔다.
부실하지만 식사대접도 받았다.
숙종이 아버지의 언행과 인물을 살펴보니 여느 필부와 달리 비범해 보였다.
그래서 숙종은 그 아버지에게 과거시험을 보라고 권유했다.
그러자 그는 “무화불성(無貨不成)이라 부질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원래 이 말은 무한불성(無汗不成)으로
‘땀이 없으면 이루지 못한다’ 는 고사성어다.
뜻인즉,
'자신은 돈이 없기 때문에 과거를 봐도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부패하고 타락한 세태를 한탄한 것이다.
숙종은 내년 봄에 꼭 한양으로 올라와 과거를 보라고 신신당부하고 떠났다.
다음 해 그는 과거를 보러 한양에 올라왔고
과거시험 문제는
사자성서 "무한불성(無汗不成)"이 아니라
"무화불성(無貨不成)"이었다.
그는 장원급제했다.
여기서 우리가 한 가지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리 타락하고 부패한 세상이라도 제대로 된 임금을 만나면 우리의 운명이 바뀐다는 것이다.
‘땀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는 '무한불성'은 '최선을 다한 후에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진인사대천명'과 일맥 상통한다.
그렇다.
무한불성(無汗不成)! 땀 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흔들리지 않는 인생이 어디 있는가?
이 세상에 있는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어난다.
부(富)도 땀을 흘려야 이룰 수 있고,
사랑도 땀을 흘려야 얻을 수 있다.
명예나 성공이라는 것 역시 노력이란 땀을 흘려야 이룰 수 있다.
뭉클하게 느껴지는 짜릿함도
온 몸이 후줄근해지도록 땀을 흘렸을 때 더 달콤하다.
그리고 거저 줍듯이 이루어지는 사랑보다는
애태우는 구애 끝에 이루는 사랑이 더 달콤하다.
태고부터 인간들이 할 수 있었던 모든 결과는
땀을 흘려야만 이룰 수 있었고,
땀을 흘림으로 이루어졌다.
땀을 흘리고 결실을 얻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건만
우리 사회는 땀을 흘리지 않고 불로소득으로 부를 누리려는 사람이 많다.
땀을 흘리지 않고 명성을 얻은 사람들 때문에 사회가 매우 혼란스럽다.
세상의 순리와 이치를 한참 벗어났기 때문이다.
흔히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고 한다.
맞는 얘기다.
노력 없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자신의 인생은 결국 자신 스스로가 만들어 간다.
이는 '만고불변의 진리'다.
그런데도 가끔씩 이러한 진리를 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수없이 생각하고 잊어버려도 또 다시 기억해야만 하는 진리가 ‘무한불성’의 정신이 아니겠는가?
조선시대 이건창은 13세에
정순교는 85세에 과거에 급제했다.
이들이 땀 없이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을 수 있었겠는가?
결코 아닐 것이다.
남들이 하는 일은 간단하고 쉬워 보이지만
막상 내가 하려고 하면 많은 땀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최선을 다하지 않고서는 무슨 일이든지 성취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것이 바로 보통의 우리 인생살이다.
포항교도소의 정문을 지나 면회실로 가다 보면 큰 돌에
"무한불성(無汗不成)" 이라고 새겨진 글귀가 있다.
‘땀을 흘리지 않고는 성취할 수 없다’는 이 사자성어는
쉽게 이루려고 하다가 감옥에 수감된 죄수들만을 위하여 새겨 놓은 글귀가 아닐 것이다.
신선한 이 아침에 모든 사람이 이 글귀를 되새겨 봄직하겠다.
"세상에 공짜가 없듯이, 땀을 흘리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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