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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만 스쳐도 끊어질 것 같은 통증

산다람지 2025. 2. 2. 17:39

===25.1.16헬스조선 입력기사 //
“통풍, 요산 수치 안 낮추면 암 위험도… 식사 중요하지만, 약 복용도 고려해야”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통풍 명의’ 한양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전재범 교수

20년 전만 해도 통풍은 중년 남성의 전유물이었다.
그런데 최근엔 군대 갈 무렵의 남성 환자들이 내원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20~30대 통풍 환자는 2017년 8만6676명에서
2021년 12만4379명으로 43.5% 증가했다.
통풍 환자의 증가 원인으로 서구화된 식단, 단백질, 술 등이 거론된다.
좀 더 정확한 통풍의 원인은 ‘요산’이다.
체내 요산 수치를 높이는 원인은 식습관 외에도 다양하다.
통풍의 원인, 증상, 치료법에 대해 한양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전재범 교수에게 물었다.

-통풍의 원인은 무엇인가?
“요산이다.
우리 몸의 혈액에는 약 1200mg의 요산이 녹아 있다.
3분의 2는 죽은 세포들의 핵으로부터,
3분의 1은 음식물의 대사 과정으로부터 나온다.
1200mg 중 3분의 1은 장으로,
3분의 2는 콩팥으로 나간다.
지나치게 많이 만들어지거나 배설되는 양이 줄어들어 체내에 남은 요산은 결정을 형성한다.
이 결정이 관절 등에 쌓여서 염증과 통증 및 발작으로 유발하는 게 통풍이다.
통풍의 원인 하면 음식, 그중에서도 ‘단백질’만 말하곤 한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다.
암에 걸려 세포 분열이 빨라지면 그만큼 죽는 세포가 증가하면서 체내 요산 수치가 급증한다.
건선도 마찬가지다.
또 콩팥 질환으로 요산이 제대로 배설되지 않는 것도 통풍의 주요 원인이다.”

-왜 요산은 대사가 안 되나?
“돼지나 소 등의 동물이 요산을 분해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사람과 원숭이 등 영장류는 그럴 수 없다.
몸 안에 요산을 분해하는 효소가 없기 때문이다.
진화 과정에서 효소가 사라졌다는 가설이 있다.
이는 통풍이 완치가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요산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체내에서 항산화 작용을 하고 혈압을 높이는 작용을 한다.
또 카페인처럼 뇌신경을 자극하는 물질과도 구조가 비슷하다.
과거엔 요산이 사람의 지능을 향상시키고 수명을 높이는 데 기여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지나치게 많이 먹고 오래 살면서 체내 요산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통계상 젊은 통풍 환자들이 늘고 있다.
실제 임상에선 어떤가?
“실제로도 그렇다.
1990~2000년대 통풍은 중년 남성의 병이었다.
50대 때 진단 받으면 여생에 따라 치료 기간은 20년 정도였다.
그런데 요즘엔 군대 갈 무렵, 20살 남성들이 발작으로 병원을 찾는다.
60년, 70년간 치료해야 한다는 의미다.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의료계에서 통풍은 쉬운 질환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그 책임감은 말도 못한다.
통풍 진단은 ‘환자가 평생 약을 먹게 할 것이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것과도 같다.
의사가 ‘통풍 같은데요’ 하는 것과
‘통풍이니까 평생 약 먹으세요’ 하는 건 엄청난 차이가 있다.”

-통풍 의심 증상은 무엇인가?
“통풍은 곧 급성 발작이다.
발작은 통증과 발적을 동반한다.
통증 부위가 엄지발가락에 가까울수록 진단될 가능성이 높고
겉으로 보기에 빨갛게 부어 있어야 한다.
통증으로 제대로 걸을 수 없으며 만지면 견딜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이 나타난다.
이러한 통증은 발작 첫날에 가장 심하게 나타났다가 14일 이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사라진다.”

-진단은 어떻게 이뤄지나?
“통풍은 임상적으로 4단계로 나눌 수 있다.
▲무증상 고요산혈증(1단계)
▲급성 통풍성 관절염(2단계)
▲간기 통풍(3단계)
▲만성 결절성 통풍(4단계) 등이다.

발작이 나타나 아픈 경우는 2단계에 속한다.
이때 내원한 환자는 앞서 말했듯 발작의 특징을 살피면 진단할 수 있다.
문제는 모든 단계의 환자가 찾아온다는 것이다.
3단계는 발작이 재발할 수 있는 단계로 통증이 나타난 상황은 아니다.
4단계는 발작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각 단계마다 환자들의 모습이 다양하다.

그런데 어디가 불편해서 왔냐고 물어보면 1차 병원의 소견서만 내미는 환자가 많다.
발적 정도나 통증 위치 등을 들어야 점수를 매겨 진단을 할 수 있는데 대답이 없어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약을 복용한 상태로 검사를 받아 요산 수치도 정상으로 나오곤 한다.
이렇게 병력 청취로 진단이 어려울 땐 확진을 위해 두 가지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하나는 관절액을 뽑아 현미경으로 요산 결정이 있는지 찾는 것이다.
다만 이 방법은 환자 고통 등 과정이 원활하지 않아 영상 검사가 많이 활용된다.
엑스레이나 근골격계 초음파로 통풍 결정이 뼈에 미친 영향을 살피면 진단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이중에너지 CT’라고 해서 요산 결정이 어디에 침착됐는지 상세히 보여주는 기기가 사용되기도 한다.
비용이 비싸지만 진단 결과가 직관적이라 충격을 받는 환자가 많다.”

-통풍 발작은 어떻게 치료하나?
“약물 치료가 원칙이다.
염증과 통증을 줄이기 위해 소염진통제, 스테로이드, ‘콜키신’ 등 세 가지 항염증 약 중 하나를 사용한다.
증상이 심하면 병용하기도 한다.
간혹 통풍치료제라 불리는 특정 약물을 실제 치료제라 여기고 계속 복용하는 환자가 있다.
해당 약물들은 일시적으로 통증을 줄이는 기전을 가지고 있을 뿐, 통풍 치료와는 관계가 없다.”

-발작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치료가 더 중요할 것 같은데?
“그렇다.
발작이 없는 상태라면 체내 요산 수치를 줄이거나 배설하도록 돕는 약물을 사용한다.
우리나라에서 사용 가능한 요산억제제 성분은 ‘알로퓨리놀’과 ‘페북소스타트’다. 요산배출 촉진제 성분으로는 ‘벤즈브로마론’이 있다.

통풍은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요산 수치를 관리하는 약물 치료가 더 중요하다.
요산이 혈액에 녹다가 녹다가 안 녹기 시작하는 게 6.8mg/dL다.
따라서 통풍의 치료 목표는 요산 수치를 6mg/dL 이하로 낮춰서 발작을 예방하는 데 있다.
‘6하 원칙’이라고 부르는데 조금 더 널리 알려지면 좋겠다.”

-통풍 환자가 요산 수치를 관리하지 않으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
“발작뿐 아니라 고혈압, 만성 콩팥병, 비만, 당뇨병, 뇌졸중, 심부전, 심근경색 등 모든 급·만성질환의 위험이 올라간다고 보면 된다.
암 발생률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처럼 요산이 통풍만 일으키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약물을 꾸준히 복용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통풍은 약물 지속 복용률이 만성질환 중에 가장 낮다.”

-약물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영향을 끼치진 않았나?
“모든 약은 효과와 부작용이 존재한다.
따라서 약물 사용으로 인한 손해와 이득을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문제는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 잡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통풍약을 먹으면 콩팥이 나빠진다고 알고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요산 수치를 낮춰줘서 콩팥 기능을 호전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잘 알려진 부작용으로는 요산억제제 중 알로퓨리놀 성분은 드물게 과민 반응을 일으켜 환자를 사망케 할 수 있다.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동아시아에서 양성률이 높은 'HLA-B 5801' 유전자가 관여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처방 전 유전자 검사가 급여화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일본에서 개발된 페북소스타트가 처방되는 추세다.
알로퓨리놀보다 요산 형성 과정에 더 특정하게 작용한다.

한 때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가 발표돼 난리가 난 적이 있지만 연구 자체가 결함이 많았고 반박 논문이 많이 나와 잠잠해진 상태다.”

-환자가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지, 안 먹어도 되는지 어떻게 결정하나?
“2020년, 미국 류마티스학회 권고안이 최신 지침이다.
이에 따르면 첫 통풍 발작만 겪었거나 무증상 고요산혈증 상태라면 약물 복용을 권고하지 않는다.
반면, 1년에 2번 이상 발작을 겪거나,
1개 이상의 피하 결절이 있거나,
영상 결과에서 뼈가 손상된 것으로 나타나면 약물 처방이 권고된다.

문제는 중간 단계에 있는 환자들이다.
한번 이상 발작을 경험했거나 1년에 한 번만 발작하는 환자,
첫 통풍 발작이여도 요산 수치가 9mg/dL를 넘거나 만성콩팥병, 신석증을 앓고 있다면 약물 처방을 권고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때는 환자의 생활 습관 등도 살펴야 한다.
예컨대 20대 남성이 통풍을 진단받았지만 운동을 열심히 하고 체중도 적절하다면 약물 복용 시점을 미뤄볼 수 있다.”

-개발되고 있는 신약은 없나?
“‘페글로티케이스’라는 성분의 약이 있다.
요산을 분해하는 효소를 체내에 주입하는 것이다.
임상 결과를 보면 약물 투여 시 요산 수치가 1mg/dL까지도 떨어진다.
그러나 면역원성이 있고 약물에 의한 항생제 내성이 생겨서 효과가 점점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어 국내 상용화는 오리무중이다.
이처럼 외부에서 요산 분해 효소를 주입해 통풍을 을 치료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체내 요산 수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실천해야 할 것은?
“결국, 식품 섭취에 의한 요산에는 퓨린이라는 성분이 관여하기 때문에
퓨린이 많은 식품을 식단에서 없애거나 줄여야 한다.
장기 부속, 특히 돼지나 닭의 간은 퓨린 함량이 높기 때문에 섭취하지 않는 게 좋다.
액상과당 역시 좋지 않다.
술은 말할 것도 없다.
술은 종류에 상관없이 퓨린 함량이 높고,
소변을 통한 요산의 배출을 억제하며,
약물의 효과를 떨어뜨린다.
간혹, 술은 나빠도 담배는 괜찮지 않냐고 물어보는 환자들이 있는데 절대 아니다.
요산은 혈관 내피 세포를 공격해 심혈관을 망가뜨리는데 담배도 똑같이 작용한다.”

-마지막으로 통풍 환자들에게 한 마디.
“통풍은 원인과 치료 방법이 잘 알려져 있는 몇 안 되는 질환이다.
약만 잘 복용하면 평생 안 아프고 살 수 있다.
오히려 꾸준히 병원 진료를 받기 때문에 질환이 없는 사람보다 건강하게 사는 것도 가능하다.
완치가 안 된다는 사실에만 매몰돼 절망하지 말고 약을 잘 복용해 건강한 삶을 누리시길 바란다.”

-전재범 교수는
한양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를 취득했다.
현재 한양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로 재직하며 통풍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또 대한류마티스학회 통풍연구회 회장,
대한내과학회 감사,
류마티스학연구재단 감사 등을 역임하고 있다.

전재범 교수는 통풍 명의다.
한국인의 실정에 맞는 맞춤형 통풍치료 지침을 개발해 국내 통풍 치료 환경을 개선했다.
아울러 대한류마티스학회 회장으로서 통풍의 날 제정에 앞장서는 등 통풍 인식 제고에 기여하기도 했다.

오상훈 기자 osh@chosun.com